아마존 원주민 위협하는 불법 개발…왜 멈추지 못할까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12-14 08:40:02
  • -
  • +
  • 인쇄
그린피스, 브라질 최대 보호구역서 또 적발
채굴업자들이 마을 초토화…빈곤의 악순환

브라질 아마존 최대의 원주민 영토를 불법 개발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와 브라질 TV방송사 글로보(Globo)는 불법 채굴업자들이 브라질 원주민 보호구역 야노마미(Yanomami) 영토에 굴삭기를 밀반입할 목적으로 120km의 불법도로를 파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보호구역 정찰을 맡은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Greenpeace)는 카트리마니 강(Catrimani River)에서 굴착기 3대가 금광을 파낸 현장을 포착했다. 인근 개간지에서는 네 번째 굴착기가 원주민 야노마미족과 예콰나족 약 2만7000명의 거주지를 파괴하고 있었다. 다니엘리 데 아귀아르(Danicley de Aguiar) 그린피스 환경운동가는 마을 중 하나가 불법도로에서 불과 10마일 떨어진 곳에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야노마미 영토는 브라질 아마존 최북단에 위치한 포르투갈 크기의 거대한 원주민 보호구역이다. 이곳 영토에서 중장비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아귀아르 운동가는 영토 내에 최소 4대의 굴삭기가 있을 것으로 보며 이 통로를 "혼돈으로 가는 길"이라 칭했다.

소니아 구아자자라(Sônia Guajajara) 원주민 지도자는 불법 채굴업자들이 최근 브라질 대통령선거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틈을 타 장비를 몰래 들인 것으로 의심했다.

이러한 침입은 이미 반세기 전부터 정치적으로 결탁한 광산갱단에 의해 이어져왔다. 1970년대와 80년대 군부독재정권이 브라질인들에게 야노마미 지역을 점령하도록 부추기면서 가림페이로스(garimpeiros)라 불리는 영세광부들이 주석과 금을 찾아 야노마미 땅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는 야노마미족에게 재앙이었다. 삶과 전통이 파괴되고 인플루엔자와 홍역에 마을이 초토화됐다. 인권단체 서바이벌인터내셔널(Survival International)에 따르면 불과 7년 만에 부족의 약 20%가 사망했다.

이에 1990년대 초 일어난 국제적 항의는 '셀바 리브르(정글 해방)' 작전으로 이어져 광부 수만 명을 퇴거시켰다. 국제적인 압력으로 당시 브라질 대통령인 페르난도 콜로르 데 멜로(Fernando Collor de Mello)는 야노마미 지역에 960만 헥타르의 보호구역을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은 초창기 성공을 거뒀으나 이후 10년간 금값 급등, 느슨한 집행, 그리고 극심한 빈곤으로 가림페이로스가 돌아오게 만들었다. 불법개발은 2018년 극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더욱 활개를 쳐 야노마미 영토 내 광부 수는 약 2만5000명에 달했다. 주니오르 헤쿠라리 야노마미(Júnior Hekurari Yanomami) 야노마미 지도자는 보우소나루가 침략자들을 대담하게 만들고 브라질의 환경·원주민보호기관을 마비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현재 유압식 굴착기가 등장하고 불법도로가 생기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게다가 일부 마약파벌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광부들은 성폭력, 말라리아 발병, 보건소 폐쇄 등을 일으켜 원주민 어린이들을 심각한 질병과 영양실조에 노출시켰다. 약 150척의 불법 채굴선단은 강들을 수은으로 오염시켰다.

야노마미 영토 보호임무를 맡은 알리송 마루갈(Alisson Marugal) 연방검사는 브라질 환경보호청 이바마(Ibama)가 산발적 단속을 벌여 불법 활주로와 헬기, 비행기 등을 불태웠지만 업자들 입장에서는 단속으로 인한 벌금보다 채굴로 벌어들이는 이득이 더 큰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종사들만 해도 광부 및 물자, 성노동자들을 실어 나르는 대가로 최대 100만 헤알(우리돈 약 2억 4498만 원)을 받으며 업자들은 훨씬 더 큰 이익을 벌어들인다는 것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브라질 차기 대통령은 가림페이로스를 몰아내고 보우소나루 정권 하에서 급증한 삼림벌채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마루갈 검사는 정치적 의지가 있다면 야노마미 땅에서 불법채굴을 근절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야노마미 헤쿠라리도 1월 집권 예정인 새 정부의 대규모 연방 개입을 희망하면서도 가림페이로스를 무찌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광부들이 "삽과 도끼를 들고 다닐 뿐만 아니라 소총과 기관총으로 무장했으며 모든 기지에 육군, 연방 경찰, 헌병대가 쓰는 종류의 무기로 중무장한 경비원들이 있다"고 전했다.

아귀아르 운동가는 빈곤 극복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라고 주장했다. 근본적인 정책이 수반되지 않는 한 군사적 단속만으로는 장기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행동하지 않으면 수천 년간 열대우림서 살아온 사람들을 말살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루갈 검사는 야노마미의 전망이 암울하다고 전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 원주민 땅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차, 올해 청년 7200명 신규 채용...내년엔 1만명 확대 검토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총 7200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18일 밝혔다. 내년에는 청년 채용 규모를 1만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현대차그룹의 청년

롯데카드, 해킹으로 297만명 정보 털렸다...카드번호, CVC까지 유출

롯데카드 해킹 사고 피해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롯데카드는 피해 고객 전원에게 전액 보상을 하겠다는 방침이

삼성전자, 5년간 6만명 신규채용...'반도체·바이오·AI' 중심

삼성전자가 성장사업 육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으로 5년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매년 1만2000명씩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장기업 보고, 6개월로 바꾸자"...트럼프 주장에 美 또 '술렁'

미국 상장기업의 보고서가 분기에서 반기로 변경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장기업의

카카오, 지역 AI생태계 조성 위해 5년간 '500억원' 푼다

카카오그룹이 앞으로 5년간 5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지역 인공지능(AI) 생태계 육성에 투자한다고 18일 밝혔다. 카카오그룹은 지역 AI 육성을 위한 거점

[ESG;NOW] 올해 RE100 100% 목표 LG엔솔 '절반의 성공'

국내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내세우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 혹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하고 있

기후/환경

+

가뭄이거나 폭우거나...온난화로 지구기후 갈수록 '극과극'

전 지구적으로 기후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글로벌 수자원 현황 2024' 보고서를 통해 수개월째 비가

"재생에너지 188조 필요한데…정책금융 투자액은 여전히 안갯속"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설비에 188조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정책금융 대부분은 재생에너지보다 화

지역 1인당 교통 배출량, 서울의 2배…"무상버스가 대안"

비수도권 교통 배출량이 서울의 2배에 달하면서 '무상버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녹색전환연구소가 18일 발표한 보고서 '작은 도시의 교통 혁명,

'2035 NDC' 60% 넘어설까...환경부, 7차례 토론회 연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를 설정하기 위한 대국민 논의가 시작된다.환경부는 오는 19일부터 내달 14일까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뜨거워지는 한반도...2100년 폭염일수 9배 늘어난다

한반도 기온이 매년 상승하고 있어 2100년에 이르면 여름철 극한강우 영향지역이 37%로 확대되고 강수량도 12.6%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또 폭염일수도 지

국민 61.7%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60% 넘어야"

우리나라 국민의 61.7%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60%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왔다.기후솔루션이 지난달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200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