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생에너지 역주행…"수출 40% 급감할 수도"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11-04 16:04:55
  • -
  • +
  • 인쇄
정부, 2030년 목표 30.2%→21.6%로 축소
RPS도 폐지 검토…국내기업 RE100 직격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낮추면서 RE100 등 국내 기업들의 기후위기 대응에 빨간불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3일 발표한 '에너지 환경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21.6%로 축소했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정부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세우는 과정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2%까지 확대하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산자부가 이번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1년 만에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목표치가 8.6%포인트(p)나 낮아진 것이다. 

또한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 폐지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RPS란 500MW(메가와트)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가 총 발전량의 12.5%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의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산자부는 발전사업자에게 구체적인 공급 의무발전량 수치를 부여하여 신재생에너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RPS를 시행했다. 그렇기 때문에 RPS를 폐지하면 신재생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RPS가 발전사업자에게 재생에너지 발전을 금전적으로 보조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폐지한다면 재생에너지 발전이 더뎌질 수 밖에 없다"며 "정권이 바뀔때마다 재생에너지 정책이 바뀌는 것은 투자자에게 혼선을 주고 결국 재생에너지 투자 축소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올해 10월 기준 국내에서 RE100을 가입한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 SK, 네이버, 아모레퍼시픽 등 19개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글로벌 약속이다. 

하지만 이미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으로 국내 전력 소비 상위 5개 기업인(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제철,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RE100을 달성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 지난해 5개 기업들은 약 48TWh(테라와트시)를 썼는데 같은 기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TWh에 불과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2040년까지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국내 수출이 40%까지 급감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RE100 대표 샘 키민스는 "한국이 RE100에 동참할 기회를 놓친다면 2040년에는 GDP의 3.8%를 잃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9월 RE100을 선언한 삼성전자의 황호송 상무는" 재생에너지가 저렴하고 가격이 예측 가능한 미국, 유럽, 중국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 100% 조달 목표를 달성했다"며 "이와 달리 국내 재생에너지 환경이 열악하다"며 정부의 제도적,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다. 

2020년 국내 최초로 RE100에 가입한 SK하이닉스의 박민철 부사장은 RE100 이행에 여러 애로사항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먼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에너지 소비가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넘어선 상황이다"라며 "계속해서 다양한 기업들이 RE100에 합류하고 있어 재생에너지가 더욱 부족해질 전망"이라고 역설했다.

박 부사장은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 인허가 부분을 개선해 대규모 재생에너지 공급을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의 필요성을 당부했다. 박 부사장은 "재생에너지의 가격 변동성으로 장기 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변동성을 억제할 정책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또 한국전력이 주도하는 독점 판매와 운영 구조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계약도 순탄치 않아 이 점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들의 RE100 등 국내 재생에너지의 원활한 보급이 시급해지고 있는 만큼 다수 국내외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여건 신장을 위한 목소리를 계속해서 낼 전망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탄소배출' 투자기준으로 부상...'탄소 스마트투자' 시장 커진다

탄소배출 리스크를 투자판단의 핵심변수로 반영하는 '탄소 스마트투자'가 글로벌 자본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17일(현지시간) 글로벌

현대차 기술인력 대거 승진·발탁...R&D본부장에 만프레드 하러

현대자동차의 제품경쟁력을 책임질 수장으로 정준철 부사장과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이 각각 제조부문장과 R&D본부장 사장으로 승진됐다.현대자동

KT 신임 대표이사 박윤영 후보 확정...내년 주총에서 의결

KT 신임 대표로 박윤영 후보가 확정됐다.KT 이사회는 지난 16일 박윤영 후보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이날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박윤영 전

'삼성가전' 전기료 공짜거나 할인...삼성전자 대상국가 확대

영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절전을 넘어 전기요금 할인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삼성전자는 이탈리아 최대 규

[ESG;스코어]서울 25개 자치구...탄소감축 1위는 '성동구' 꼴찌는?

서울 성동구가 지난해 온실가스를 2370톤 줄이며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감축 성과를 기록한 반면, 강남구는 388톤을 감축하는데 그치면서 꼴찌

대·중견 상장사 58.3% '협력사 ESG평가 계약시 반영'

국내 상장 대·중견기업 58.3%는 공급망 ESG 관리를 위해 협력사의 ESG 평가결과를 계약시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소기업중앙회가 올 3분기까지

기후/환경

+

"재생에너지 가짜뉴스 검증"…팩트체크 플랫폼 '리팩트' 출범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정보의 진위를 검증할 수 있는 팩트체크 플랫폼 '리팩트'(RE:FACT)가 출범했다.에너지전환포럼과 기후미디어허브는 18일 서울 종로

기상예보 어쩌려고?...美 백악관 "대기연구센터 해체 예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부가 국립대기연구센터(NCAR)를 해체하려는 움직임이다.17일(현지시간)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자신의 X(

기상청 "내년 9월부터 재생에너지 맞춤형 '햇빛·바람' 정보 제공"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을 위해 기상청이 내년 9월부터 일사량과 풍속 예측정보까지 제공한다. 기상청은 '과학 기반의 기후위기 대응, 국민 안전을 지

'전력배출계수' 1년마다 공표된다...2023년도 '0.4173톤' 확정

2023년 전력배출계수는 1메가와트시(MWh)당 0.4173톤(tCO2eq)으로 공표됐다. 18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월부터 '전력배출계수' 갱신 주기를 3년에서 1년으로

150개국 참여한 '국제메탄서약'...메탄규제 국가 달랑 3곳

지난 2022년 전세계 150개국이 2030년까지 메탄 배출을 30% 감축하는 '국제메탄서약'을 했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보인다.18일 본지

트럼프의 '청정에너지 보조금 삭감' 美감사국이 감사 착수

트럼프 행정부가 실시한 청정에너지 보조금 삭감이 적법했는지 감사를 받는다.미국 에너지부 감사국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결정한 약 80억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