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강남만 물바다 됐을까...서울시 관련예산 삭감 때문?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2-08-09 16:56:04
  • -
  • +
  • 인쇄
서울시, 올해 관련 예산 작년보다 900억 삭감
서울시는 남탓..."민주당 다수였던 시의회 때문"
▲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8일 밤 9시, 서울 대치동 도로 모습.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듯 쏟아진 빗줄기는 서울 강남 일대를 순식간에 물바다로 만들었다. 대치동을 비롯해 강남역, 논현동, 서초동 일대는 자동차 지붕만 간신히 보일 정도로 물에 잠겼고, 인근의 지하상가들도 물이 들어차 상인들의 피해도 극심했다. 심지어 자동차들이 물살이 둥둥 떠다니기까지 했다.

2015년에도 강남역이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었지만 이번처럼 피해지역이 광범위하지는 않았다. 강남 일대가 저지대인데다 시간당 강우량이 100mm가 넘으면서 서울시 배수시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한 결과라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는 '예견된 인재'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수방 및 치수 예산을 약 900억원 삭감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편성한 올해 수방 및 치수 관련예산은 4202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5099억원보다 897억원(17.6%) 줄어든 규모다. 최근 10여년간 가장 적은 예산이다. 수방 및 치수 예산은 2012년 4317억원에서 매년 증액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000억원대를 유지했다. 그런데 올해 예산을 10년전보다 작은 4202억원으로 줄어버렸다.

수방 및 치수 예산은 집중호우 대비용이다. 침수 취약지역의 관로와 빗물받이 등을 준설하고, 빗물펌프장과 같은 수해 방수시설을 확충·정비하는 비용으로 주로 쓰인다. 그런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이 예산을 줄여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오세훈 시장이 폭우 대비에 소홀해 침수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오 시장이 지난 2011년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때도 광화문과 강남지역 침수, 우면산 산사태 등의 재해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오 시장이 수해방지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당시 서울시는 특별회계나 기금을 합치면 오히려 증가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물난리가 나자, 온라인에서는 오세훈 시장을 비꼬며 '오세이돈이 돌아왔다'는 조롱글이 퍼지고 있다.

이번 예산 삭감 논란에 대해 서울시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서울시는 "445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였던 지난 시의회에서 248억원이 추가 삭감됐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해명대로라고 해도 올해 예산안을 세울 때부터 649억원을 삭감한 것이다. 그러면서 시의회가 248억원을 추가 삭감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셈이다.

게다가 이번주까지 집중호우가 예고된 상황이지만 서울시의 중대재해와 안전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안전총괄실 실장과 국장도 공석인 상태였다. 서울시의 3급 이상 간부 인사는 오는 19일로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수해와 관련된 재난대응 시스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서울시측은 "현재 실·국장이 공석인 것은 맞지만 직무대행체제로 운영중"이라고 답했다.

지난 8일 서울에는 시간당 많게는 100㎜ 이상의 비가 퍼부었다. 강남구 테헤란로, 서초구 잠원로, 동작구 사당로 일대 도로가 침수됐고, 누수 피해도 잇따랐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일부 매장과 일대가 물에 잠겼고, 삼성동 코엑스 내 도서관에 누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하철 7호선 이수역 대합실에 비가 유입되면서 천장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무너진 역 천장 사이로는 물이 쏟아져 내렸다. 서울 동작구에서는 폭우로 쓰러진 가로수를 정리 작업하던 구청 직원이 감전돼 사망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이번 폭우로 8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노동부 칼 빼들었다...'런베뮤' 지점과 계열사도 근로감독

고용노동부가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모든 지점과 운영사인 엘비엠의 계열사까지 근로감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런던베이글

SPC 허진수-허희수 형제 '나란히 승진'...경영승계 '속도낸다'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면서 3세 경영승계 작업을 가속화했다.4일 SPC그룹은 이같은 인사단행

英자산운용사, HLB에 2069억 투자…"신약허가 모멘텀 탄력 기대"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LMR파트너스가 HLB그룹에 1억4500만달러(약 2069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진행한다. HLB의 간암신약 재신청과 담관암 신약허가

인적분할 완료한 삼성바이오...'순수CDMO' 도약 발판 마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절차를 마치고, 본연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순수(Pure-play) CDMO'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다고 3일 밝

[ESG;NOW] 재생에너지 12% 롯데칠성...목표달성 가능할까?

우리나라 대표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5년을 두달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

CJ제일제당, 유럽 인조잔디에 '생분해 플라스틱' 공급

CJ제일제당이 유럽서 생산되는 인조잔디 충전재에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를 공급한다.CJ제일제당은 스웨덴 바이오소재 컴파운딩 기업 'BIQ머티리얼

기후/환경

+

[단독] 정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률 '61%안'으로 가닥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가 '61%안'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4일 정부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

국제기후기금 97%는 기술에 '몰빵'...사회적 지원은 '찔끔'

국제적으로 조성된 기후기금의 97%는 기술투자에 투입됐고, 사람과 지역사회를 위한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3일(현지시간) 영국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IPCC 보고서 개요에 韓 입장 반영

2027년 발간될 'IPCC 기후변화 보고서'에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 포함된다.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27년 발간할 '이산화탄소 제거와

두달새 8㎞ 사라졌다...10배 빨리 녹고있는 남극 빙하

남극반도 동부의 헥토리아 빙하(Hektoria Glacier)가 기존에 관측된 최고 속도보다 10배 빠르게 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4일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 나

엑손모빌, 기후변화 부정여론 확산에 금전 살포 '발각'

석유대기업 엑손모빌이 라틴아메리카 단체들에게 금전을 살포하면서 기후변화 부정 여론을 퍼뜨린 사실이 발각됐다.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익

기후리더십 美→中으로 전환?...10일 개막 'COP30' 관전포인트

이달 10일~21일 브라질 베렘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올해 회의의 핵심 아젠다는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