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또 '그린워싱' 논란...기후위기 홍보하면서 배기가스 조작?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2-07-05 07:40:02
  • -
  • +
  • 인쇄
독일에서 '車 배기가스 조작혐의' 휩싸여
RE100 가입해놓고 'LNG발전소' 건립추진
▲ 현대차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The Bigger Crash'의 한 장면 (사진=현대차)


허리케인 카트리나, 태풍 제비 등 기후재앙으로 쑥대밭이 된 도시. 현대자동차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The Bigger Crash'의 한 장면이다.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전달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친환경 움직임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 캠페인은 올해 칸 국제광고제에서 은사자상(은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광고로 쌓아올린 현대차의 친환경 이미지는 '그린워싱' 비판에 휩싸였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논란과 독일에서 배기가스 조작혐의에 따른 검찰조사 등이 연거푸 터지고 있어서다.

특히 독일에서 배기가스 조작혐의는 상당히 심각하다. 지난 4일 그린피스가 독일 당국의 배기가스 검사 자료를 입수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검사대상 10개 모델 모두 주행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를 훨씬 초과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이 터지자, 독일에서 판매중인 화석연료 차량 전반에 대해 주행시 배출되는 배기가스 검사를 실시했다. 이 기간에 검사받은 현대·기아차 10개 모델이 모두 실험실 인증검사 때보다 훨씬 많은 유해가스를 주행중 배출했다.

i20은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 Kraftfahrt-bundesamt)이 실시한 검사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903.09mg로 나왔다. 이는 유로6 기준인 1km당 허용치 80mg보다 11.2배 높은 수치다. 현대 ix35는 1118.28mg을 배출해 유로5 기준 1km당 180mg보다 최대 6.2배 많은 질소산화물이 검출됐다. 기아 쏘렌토는 490mg 배출로 6.1배, 현대 싼타페가 421mg로 5.3배, i30이 331mg, 투싼이 329mg로, 둘 다 기준치보다 4.1배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이처럼 현대·기아차 10개 모델이 기준치 초과 배기가스를 배출한 것이 확인되면서, 독일 검찰은 현대·기아차가 배기가스 조작장치를 의도적으로 부착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현대차는 벌금과 과징금은 물론 일부 경영진이 구속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심하면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와 맞먹는 충격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폭스바겐은 당시 1070만대에 달하는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 마르틴 빈터코른 CEO는 이 사건이 터지고 1주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폭스바겐은 빈터코른 등 당시 임원진에게 책임을 물어 2억8800만유로(약 3907억원)를 받기로 합의했다.

현대차의 경우는 현재 독일 검찰의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이어서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배기가스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디젤게이트 이후 소비자들은 '배기가스 조작'을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과제인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기후악당'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수도 있다.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두자릿수로 끌어올린 현대차의 공든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음이다.

현대차의 그린워싱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5월 현대차는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건설계획을 밝혀 환경단체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지난 4월 'RE100'에 가입했다고 발표한지 한달만이었다. 당시 현대차는 울산공장 부지에 대규모 LNG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밝히면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2045년까지 RE100을 달성하겠다고 해놓고 화석연료인 LNG발전소를 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환경단체와 지역사회가 거세게 반발하자, 결국 현대차는 발전소 건립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사실 현대차는 '탈 내연기관' 목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자동차 판매량의 60%로 늘려야 하고, 2035년부터는 전량 전기차만 판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에 견줘보면 현대차의 전기차 확대 계획은 느긋한 편이다. 현대차는 유럽에서 2035년부터, 미국과 중국, 한국에서는 2040년부터 탈 내연기관을 계획중이다. 심지어 글로벌 판매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신흥시장의 탈 내연기관 계획은 아예 없다.

RE100을 선언해놓고 돌아서서 화석연료 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넷제로를 외치면서 자동차 배기가스 조작의혹을 싸고 있는 것이다.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현대차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 광고를 제작해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했다고 홍보하는 등 ESG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며 "하지만 실상은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이같은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자칫 '그린워싱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은서 캠페이너는 "현대·기아차는 친환경 전기차 전환을 선도하는 것처럼 홍보만 할 게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서 실질적이고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