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집념' SK의 결실...한국, 세계 3번째 '코로나 백신' 보유국 됐다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2-06-30 10: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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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생명과학연구실'로 바이오 사업 시작
35년 후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과
"아끼지 않는 투자로 'K-바이오' 위상 높일 것"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7년 SK바이오팜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 방문해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 등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SK)


35년간 지속된 SK그룹의 바이오 집념이 대한민국을 코로나19 백신 주권국가로 만들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약을 개발했던 SK그룹이 이번에는 코로나19 백신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30일 SK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9일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해 제조판매품목 허가를 신청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이하 스카이코비원)를 임상시험 최종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품목 허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만에 우리 기업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당국의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보유한 3번째 국가가 됐다.

이에 대해 SK측은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지 35년만에 국내 대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이오 주권을 확보, 사업보국을 하겠다"는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집념덕분"이라고 설명했다.

◇ 최종현 선대회장 "우리 상표의 신약 만들어야"

SK는 1980년대 주력사업인 섬유산업을 대체할 성장동력을 고민하던 중 바이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섬유를 만들 때 화합물을 합성하는 방식이 제약품 제조방식과 유사하고, 때마침 해외 섬유기업도 생명과학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흐름을 감안해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서울대와 미국에서 화학을 공부했던 최종현 선대회장의 이력도 한몫 했다.

바이오를 목표로 잡았지만 실제 사업화는 쉽지 않았다. 당시 제약업계는 다국적 기업의 신약을 수입해 단순 가공·포장하거나 복제 판매하는 수준이었다. SK같은 대기업이 제약 분야에 진출하자 경쟁업체들은 소위 '중소업종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최 선대회장은 "대기업이 참여했으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며 "SK의 목표는 우리 상표가 붙은 세계적 신약을 만드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반발을 무마시킨 뒤 신약개발에만 집중했다.

1987년 선경인더스트리 산하에 생명과학연구실을 설립한 뒤 합성신약, 천연물신약, 제제, 바이오 등 4개 분야로 나눠 연구에 돌입했다. 연구실은 1989년 연구소로 확대된 뒤 위암치료 신약을 1호 과제로 삼고 10년 연구한 끝에 1999년 3세대 백금착제 항암제인 '선플라'를 개발했다. 선플라는 국내 최초 신약으로 한국 근대의약이 시작된 지 100년여 만에 대한민국을 신약 주권을 가진 국가로 만들었다. 신약은 화합물을 합성해 기존에 없던 약을 제조한 것으로 SK는 10년 연구에 당시로서는 큰 규모인 81억원을 투입했다.

최 선대회장은 미국 뉴저지와 대덕에도 연구소를 설립한 뒤 1993년 글로벌 신약기업을 따라잡기 위한 'P프로젝트'를 시작했다. Pharmaceutical(제약)의 첫 음절을 딴 이 프로젝트는 현재 SK바이오팜의 출발점이 됐다. 앞서 선경인더스트리에 설립된 생명과학연구소는 바이오와 백신, 제제 분야로 특화된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의 모태가 됐다.

◇ 최태원 회장, 선대 유지 이어 'K-바이오' 시대 열어

바이오 사업 DNA는 최 회장과 그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이어받아 바이오 사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선플라 이후 SK는 2001년 국내 1호 천연물 신약 '조인스'(관절염 치료제), 2007년 신약 '엠빅스'(발기부전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국내 35개 합성신약 중 2개를 보유한 기업이 됐다.

SK의 백신 기술은 최 부회장이 가세하면서 본 궤도에 올랐다. 최 부회장은 2006년 SK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프리미엄 백신개발을 위한 스카이박스(SKYVAX)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경북 안동에 백신공장을 설립하면서 백신 연구를 이끈 결과 2016년 세계 최초로 세포를 배양, 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독감백신(스카이셀플루)을 개발해 냈다.

이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최 부회장은 2018년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하고 K-백신 노하우를 고도화시켜 나갔다. 빌&멜린다게이츠 재단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360만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한 것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력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최 부회장이 백신에 집중했다면 최 회장은 신약 개발에 주력했다. 최 회장은 SK바이오팜을 설립, 2019년 수면장애 신약 '수노사'와 뇌전증신약 '엑스코프리' 등 신약 2개를 개발, 미 FDA 승인을 받아냈다. 국내 기업 중 신약후보 물질 발굴과 임상, 미 FDA 승인, 마케팅 등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신약을 보유한 기업은 SK가 유일하다.

최 회장은 2002년 "바이오 사업을 육성해 2030년 이후에는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장기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SK는 바이오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SK팜테코 등을 설립했다. 이들 기업은 각각 신약과 백신, 제제, 의약품 위탁생산을 주력으로 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갖춘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4개 기업 매출은 2019년 9532억원에서 2021년 2조4022억원으로 증가하면서 반도체와 배터리에 이어 SK의 든든한 성장 버팀목이 됐다.

◇ 포트폴리오 제대로 갖춰…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

최 회장은 또 SK의 바이오 시장을 글로벌로 확장하면서 'K-바이오'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2017년 글로벌 제약사 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CMO)과 2018년 미국의 위탁개발∙생산업체(CDMO) 앰팩(AMPAC)을 인수했다. 세종시에 위치한 공장을 포함하면 한국과 미국, 유럽에 바이오 생산기지를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최 회장은 해외 생산시설을 통합관리하고 신약의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할 SK팜테코를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하면서 미국 시장도 공략중이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했고 올 1월에는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 CBM에 투자, 세포·유전자치료제까지 생산하는 기업으로 외형을 확장했다. 특히 이포스케시에 대한 투자는 프랑스 정부가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최 회장에게 양국 경제협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할 정도로 경제외교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밖에도 SK는 인공지능을 활용, 단백질을 분해해 신약을 개발한 로이반트 사이언스에 투자하고 중국에 중추신경계 제약사인 이그니스를 설립하면서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 SK는 바이오 관련 분야에 향후 5년간 최소 6조원 이상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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