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종료에 직원들 '줄퇴사'...난감한 기업들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2-04-19 08: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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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해제에 기업들 '전면 출근' '재택비중 축소'
직원들 불만…재택·출퇴근·거점오피스 '혼합체제'도
▲ SK텔레콤 거점오피스 '스피어'(사진=SK텔레콤)


"사무실로 복귀하세요." "재택근무가 오히려 효율적인데 굳이 출퇴근을…"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난 18일부터 전면 해제하면서 기업들도 일상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택근무를 도입했던 기업들은 전면 출근 또는 재택 비율을 낮추고 있다. 그동안 자제했던 출장과 대면 회의, 회식 등도 재개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2년 넘게 재택근무에 익숙해져버린 직원들은 사무실 출퇴근이 괴롭다. 사무실 근무재개에 "비효율적이고, 재택을 해도 업무에 별다른 차질이 없는데 굳이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질 것을 우려해 퇴사까지 하고 있어 기업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이탈자를 막기 위해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 거점 오피스 등을 혼합한 업무체제로 전환하기도 했다.

◇ 거리두기 해제에 '사무실로 직원 부르는' 기업들

19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들은 이달들어 출근 비중을 높이는 등 근무 방역지침을 완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2년 넘게 지속된 재택근무에 피로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다는 점, 사내 소통부재, 업무 효율성 저하, 보안문제 등을 사무실 복귀 이유로 꼽는다.

포스코는 이달 1일부터 전 직원이 출근을 시작했다. 이어 다른 계열사들도 속속 전면 출근으로 전환했다. 포스코케미칼은 4일부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18일부터 전면 출근을 하고 있다.

LG그룹 계열사들은 재택근무 비율을 기존 50%에서 30% 이하로 완화한다. 회의, 교육 및 행사, 회식 인원수 제한도 해제하고 국내외 출장과 외부 방문객의 사무실 출입 등도 허용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재택근무 비율을 기존 50%에서 30%로 낮췄다. 현대중공업그룹은 50%였던 재택근무 비율을 부서별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GS건설은 지난 11일부터 본사 임직원들의 재택근무와 시차 출퇴근제를 종료했다. 한화건설은 이번주부터 기존 30%로 시행하던 재택근무를 끝내고 회의·출장·교육·회식 제한도 없앴다.

◇ 직원들 "재택이 더 효율적인데" 불만...줄퇴사 현상

하지만 재택근무 종료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이들은 2년여 이어진 재택근무 체제에도 기업 운영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고, 출퇴근이나 회식이 사라지면서 직원들의 '워라밸'이 높아져 더 효율적이라는 근거를 내세운다. 이에 재택이나 혼합형 근무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으로의 이직을 시도하거나 개인 사업을 하겠다며 퇴직하는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나는 분위기다.

9년차 직장인인 A 과장은 "회사에서 이달초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 재택근무도 그만할 것이라는 공지를 한 후 우리 부서에서 한명, 옆 부서에서 한명 사직했다"며 "솔직히 집에서도 충분히 업무를 볼 수 있고, 출퇴근으로 거리에 버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굳이 재택근무를 포기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은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기업의 B 차장은 "그동안 재택과 출퇴근을 번갈아 하는 체제에 익숙해졌고, 그로 인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저녁이 있는 삶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앞으로도 재택이 가능한 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출근·재택·거점오피스 '혼합체제'···"앞으로 대세될 것"

전면 출근 대신 재택과 출근, 거점형 오피스를 병행하는 혼합형 근무 체제를 이어가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무조건적인 출근'보다는 '혼합형'이 더 효율적이라는 점, 직원들의 워라밸 고려 그리고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놓아서는 안된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부터 국내외 출장 허용, 셔틀버스 제한적 허용 등 일부 완화된 방역 지침을 시행중이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해제됐음에도 재택근무는 최대 50% 가능이라는 방침을 유지한다. 현대제철도 최대 5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방식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거점오피스를 마련하는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서울 신도림, 경기도 일산·분당 등 3곳에 거점오피스 '스피어'(Sphere)를 마련해 지난달 28일부터 운영중이다. 얼굴인식으로 출퇴근 등록이 자동으로 이뤄지고, 키오스크 카메라에 얼굴을 비추면 예약 가능한 좌석 등의 정보가 떠서 근무 좌석도 쉽게 예약할 수 있다.

CJ그룹도 주요 계열사의 사옥을 거점화해 서울 용산구(CJ올리브네트웍스·CJ CGV), 서울 중구(CJ제일제당센터), 경기 일산(CJ LiveCity) 등에 160여석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직 많은 기업들이 재택보다는 사무실 근무를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직원들의 업무 환경 개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재택근무 체제에 익숙해졌다는 점 등으로 인해 과거로의 완전한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라는 비상시국에 따른 강제적 전환이기는 하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미래형 근무체제라 여겨졌던 재택근무와 거점오피스 활용 등 새로운 근무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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