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안했는데 '허위공시' 혐의?…석연찮은 에이치엘비 조사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1-03-26 19: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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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연대 "금감원 직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할 것"
임상관련 보도자료도 조사대상? 가이드라인 적용전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이 유튜브를 통해 '허위공시' 관련 논란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유튜브 캡처)


최근 허위공시 혐의로 논란을 빚고 있는 에이치엘비와 관련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세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허위공시 의혹' 기사가 게재된 시점이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던 상황이어서 금융당국의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8일 증권가에 따르면 오는 10일로 예정된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에이치엘비 허위공시 관련 안건이 상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선위 결과와 별개로 에이치엘비 주주들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국을 사전정보 유출의혹 등으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에이치엘비 주주들은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이 조사중인 내용이 특정 언론에 유출됐고, 이것이 기사화된 것이 직무상 비밀누설에 해당되는 주장이다.

해당 기사는 지난달 16일 게재된 것으로, 금융당국이 허위공시 혐의로 에이치엘비를 조사중이라는 내용이다. 기사의 요지는 에이치엘비가 지난 2019년 6월 리보세라닙 임상3상에서 유의미한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 확보에 실패했지만 임상3상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는 것이었다. 

금융당국은 이 점을 문제삼아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해 5월부터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이 조사를 시작했고, 11월에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로 넘어갔다.

실제로 에이치엘비는 2019년 6월 'OS가 임상목표에 부합하지 않아 신약허가신청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유효성 평가 지표 중 하나인 무진행생존율(PFS)에서 대단히 의미있는 수치를 보임에 따라 임상3상을 성공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지난 2019년 9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이 '우수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를 앞세워 에이치엘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하기 위해 2019년 12월 FDA와 사전미팅을 했고, 이 자리에서 OS 데이터값 문제를 지적받고 현재 이를 보완하는 중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봤던 에이치엘비 주주들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인데 왜 하필 지금 보도했을까"라며 보도시점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주주연대측은 "언론 보도가 나올 당시 해당 사안은 증선위에 올라가기전"이라며 "관련내용을 아는 곳은 금감원뿐인데 어떻게 기자에게 이런 내용이 새나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가 보도된 시점은 에이치엘비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재개하려는 금융당국에 강력히 반발하던 시기였다. 에이치엘비는 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가 가장 많은 종목이다. 때문에 에이치엘비 주주연대를 비롯한 개인투자자들은 금감원이 에이치엘비와 주주들을 괘씸하게 여겨 의도적으로 언론에 조사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다른 논란은 에이치엘비가 임상3상 성공을 공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즉 공시한 사실이 없는데 '허위공시' 혐의로 조사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지적이다. 에이치엘비 주주연대 관계자는 "당시에 공시한 적이 없는데 허위공시 혐의로 조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에이치엘비는 당시에 관련 공시를 한 적이 없고 관련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만 배포했다.

이에 금융당국측은 "보도자료는 공시가 아님을 악용하는 기업도 있다"며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자료에 담은 것도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같은 입장은 옹색해 보인다. 보도자료도 공시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조사할 수 있다는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은 2020년 2월 적용되기 시작했다. 에이치엘비가 보도자료를 배포한 2019년 9월에는 '포괄공시 가이드라인' 적용시기가 아니다. 이번 조사가 법률불소급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당초 2월로 예정됐던 증선위가 3월로 미뤄진 것도 '투자자 보호'라는 금융당국의 최대 목적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에이치엘비처럼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증선위에서 빠르게 판단해서 불확실성을 없애야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데 금융당국은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에이치엘비 주주연대는 오는 10일 증선위 결과와 무관하게 금감원이 비밀을 누설한 것에 대한 검찰 고발을 10일 이후 진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회사측에는 공매도 세력의 노름판이 된 코스닥을 떠나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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