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사라진 일자리 220만개...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1-01-21 18:14:50
  • -
  • +
  • 인쇄
여행사 줄폐업에 인력감축...산업 전방위로 구조조정 확산
자영업자 생존위해 인력감축...르노삼성, 금융권 희망퇴직
전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앓아 누운 2020년. 한국은 그나마 방역과 경제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지만, 고용시장에서 코로나19의 타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세계 경제가 멈추면서 항공이나 관광, 오프라인 유통 등 대면 위주의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직장 폐업이나 정리해고, 퇴직 등으로 실업자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21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일을 그만둔 지 1년이 안된 비자발적 실직자는 219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실업 통계 기준이 바뀐 2000년 이후 비자발적 실직자가 200만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2019년보다 48.9% 증가한 수치이며 IMF 영향이 남아있는 2000년(186만명),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9년(178만9000명)보다 많았다.

비자발적 실직자란 '직장의 휴업·폐업' '명예퇴직·조기퇴직·정리해고' '임시적·계절적 일의 완료'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 등 노동시장적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사람을 의미한다. 가사, 육아, 심신장애, 정년퇴직, 급여 불만족 등 자발적 이유로 일을 그만둔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

산업별로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점업에 종사했던 비자발적 실직자가 12.5%(27만4000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업·임업·어업(11.7%·25만7000명), 건설업(10.5%·23만명),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9.6%·21만1000명), 제조업(9.5%·21만명),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행정(9.1%·20만명) 순이었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 직격탄 여행업계···1위 하나투어도 인력감축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는 최근 '조직 효율화'를 추진, 인력감축 등의 계획을 각 본부·부서 별로 수립하도록 했다. 1996년 설립된 하나투어가 인력을 줄이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하나투어는 구조조정 사실이 알려진 직후 직원들의 반발은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는 등 몸살을 겪고 있다.

업계 1위인 하나투어조차 버티지 못할 정도로 코로나19로 여행업계는 존폐의 갈림길에 처해 있다. 이미 지난해 자유투어와 NHN여행박사가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모두투어와 노랑풍선 등은 무급휴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여행업계 감원 릴레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특히 소규모 여행사들은 문을 닫는 곳도 줄을 잇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여행사가 1000개를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심지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긴급융자를 받은 곳은 폐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다. 한 여행사 대표는 "빚을 갚지 못해 폐업도 못하고, 할 일도 없어서 그냥 문 닫고 방치해 두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밖에 코로나19와 함께 인수합병 이슈가 얽혀있는 항공업계도 올해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난해 임직원 휴가 등으로 근근히 버텨왔지만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아시아나항공 M&A, 이스타항공과 신생 항공사들의 위기 등을 감안하면 인력감축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 전방위로 퍼지는 '구조조정'···공기업·금융권까지

구조조정은 여행이나 항공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의 르노삼성이 본사인 프랑스 르노그룹의 고강도 자구책 요구를 이유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유통공룡 롯데그룹의 경우 계열사간 인력 파견제도를 도입해 버틴다는 계획이다. 다만 위기가 길어질 경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강원랜드나 한국마사회처럼 그동안 '철밥통'이라 불렸던 곳도 정상 가동을 못하면서 구조조정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또 코로나19로 급속히 확산된 언택트 라이프, 보험사 인수합병 등에 따른 인력 중복 등으로 인해 금융업계도 인력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KB그룹의 국민은행과 푸르덴셜생명 등이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이 각각 500여명씩 희망퇴직을 통해 인원을 줄였다.

매출 타격이 심각한 소상공인들 역시 근로시간 축소나 감원 등으로 코로나19 위기를 버티고 있다. 이날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소상공인 사업 현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80.2%가 코로나19에 사업 매출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근로시간 조정(24.4%), 인력감축(19.2%)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코로나19 3차 유행이 되면서 식당 문을 열 때부터 같이 했던 직원 두명을 어쩔 수 없이 쉬도록 했다"며 "어느 순간 매장에 오는 손님은 거의 없고 배달 위주로 장사를 하게 되면서 홀서빙이나 설거지, 청소 등에 필요한 인력이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분들도 이해를 해주셨고, 코로나19가 지나가면 다시 함께 하기로 했지만 아직도 미안한 마음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기후/환경

+

도시의 식물들 생장기간 2주 더 길다...이유는 '인공조명 때문'

도시의 식물들은 밤을 환하게 밝히는 인공조명 때문에 낙엽이 늦게 떨어지는 등 생장시기가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우한대학교와 미국 밴더빌

기후재난이 태아의 뇌에 영향..."감정 조절하는 뇌 부위가 비대"

기후재난이 태아의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시립대 대학원 신경심리학 연구팀은 기후재난에 노출됐

북극곰 수은 농도 30배 높아졌다...배출량 줄었는데 왜?

전세계적으로 수은 배출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북극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체내 수은 농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덴마크 오르후스대학과 코펜하

'개도국 녹색대출 공공자금으로 매입'...IADB, 기후재원 조달방안 제시

미주개발은행(IADB)이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대출을 공공자금으로 매입하고, 이를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새로운 기후재정 방안을 제시했다. 이

기후변화에 진드기 번식 증가…"라임병 등 감염 위험 커져"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드기가 적은 미국에서 진드기 개체수와 종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진드기의 확산은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폭우 오는데 '캠핑장' 환불 안된다고?..."기상악화시 환불해야"

기후변화로 폭우·폭설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캠핑객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한국소비자원은 기상악화로 인해 예약한 캠핑장을 취소해도 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