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급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10-17 12:36:31
  • -
  • +
  • 인쇄

저탄소 친환경 자동차로 규정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가 실제로는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6일(현지시간) 비영리단체 '유럽운송환경연합'(Transport and Environment)은 2021년~2023년까지 유럽에 등록된 자동차 80만대의 연료 소비측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3년 PHEV의 실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공식 표기된 수치보다 4.9배, 2021년에는 3.5배 더 많았다고 밝혔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차(BEV)처럼 외부에서 전력을 충전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HEV)의 한 형태로, 전기배터리와 내연기관을 모두 갖췄다. 제조업체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저탄소 차량인 동시에 전기차와 달리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고 홍보해왔다. 당초 공식 표기된 실험실 테스트에 따르면 PHEV는 휘발유·디젤 자동차보다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19%, 오염물질 배출량은 75% 적은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소피아 나바스 골케 유럽운송환경연합 연구원은 "공식 배출량은 줄어드는데 실제 배출량은 늘고 있다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며 "PHEV는 내연기관차 만큼이나 오염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런 괴리가 발생한 이유는 PHEV의 전체 주행거리 가운데 전기에너지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비율인 '유틸리티 팩터'가 과대평가됐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공식에서 내세운 수치는 84%이지만, 실제 주행 가능한 비율은 2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기 주행시에도 오염 배출량은 공식 추정치보다 훨씬 높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의 전기모터 자체도 전체 주행거리의 3분의1 동안에는 화석연료로 구동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PHEV의 배출량이 과소평가된 결과,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 4곳은 EU의 차량 배출규제에 따른 벌금 50억 유로(8조3157억원)를 피했다고 보고했다. 차량 유지비도 시험 수치보다 연간 약 500유로(83만원)씩 더 든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독일 프라운호퍼 시스템혁신연구소의 패트릭 플뢰츠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실제 PHEV 연료 소비 및 CO2 배출량이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PHEV 관련 모든 정책은 이 데이터에 비춰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비영리단체 에너지기후정보부(ECIU)의 콜린 워커 분석가는 "제조업체들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PHEV를 구입함으로써 환경에 도움이 되고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믿도록 속이고 있다"며 "실상 PHEV는 소비 연료, 탄소배출량, 운영비 면에서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별로 나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녹색전환연구소 'RE100' 첫걸음...상반기 전력사용분 REC 구매

녹색전환연구소가 RE100 달성을 위해 올 1~7월 사용한 전력만큼 '재생에너지 인증서'(REC)를 구매했다고 20일 밝혔다. 8~12월 사용분은 내년 상반기에 추가

KB국민은행, 중소·중견 대상 '우리기업 탄소기업 첫걸음' 이벤트

KB국민은행이 온라인 플랫폼 'KB 탄소관리시스템' 신규 등록하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우리 기업 탄소관리 첫걸음'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20

[ESG;NOW] 하이트진로 탄소배출량 감축했다고?...생산량 감소로 '착시'

하이트진로가 최근 2년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9% 감축한 것으로 공개했지만 실제로는 판매량 감소로 인한 착시현상인 것으로 드러났다.하이트진로의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급

저탄소 친환경 자동차로 규정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가 실제로는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

KT 불법 기지국 4개→20개로...소액결제 피해자 더 늘었다

KT가 자사 통신망에 접속해 가입자 불법결제에 이용한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이 20개였던 것으로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불

기후/환경

+

"담배필터 금지해야"...유해물질 못거르고 미세플라스틱만 흡입

담배 필터가 정작 유해물질을 거르는 기능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미세플라스틱만 인체로 흡입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최근 영국 중독연구협회 학술지

"종량제 이것 넣으면 과태료 100만원"...분리배출 '가짜뉴스' 판친다

'10월부터 종량제봉투 단속이 강화된다', '10월부터는 라면봉지 씻지 않고 버리면 10만원 과태료' 등 생활폐기물 분리배출과 관련해 유튜브에 가짜정보

녹색전환연구소 'RE100' 첫걸음...상반기 전력사용분 REC 구매

녹색전환연구소가 RE100 달성을 위해 올 1~7월 사용한 전력만큼 '재생에너지 인증서'(REC)를 구매했다고 20일 밝혔다. 8~12월 사용분은 내년 상반기에 추가

국제해운 '탄소세' 연기에…기후솔루션 "2050 탄소중립 시계 멈췄다"

국제해운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세계 첫 탄소세 시장 도입이 최종 문턱에서 불발되자, 기후환경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녹색이 사라지는 바다...기후변화로 식물성 플랑크톤 감소

지구온난화로 전세계 바다에서 녹색이 사라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과 중국 칭화대학 연구팀은 2001~2023년 중·저위도 해

트럼프 어깃장에...수년간 합의한 '해운 탄소세' 물거품되나?

당초 2027년부터 도입할 예정이었던 이른바 '해운 탄소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 반대에 부딪혀 1년 이상 연기됐다.유엔 산하 국제해사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