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샴페인...농장 근로자의 삶은 가장 비참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12-24 14:38:41
  • -
  • +
  • 인쇄

프랑스 샴페인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이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해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샴페인 브랜드인 모엣 샹동과 메르시에에 포도를 공급하는 농장에서 근무하는 서아프리카와 동유럽 출신 노동자들이 임금을 거의 받지 못하고 노동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포도원들은 샴페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북부의 도시 에페르네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샴페인은 연간 3억병에 달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60억유로(약 9조660억원)에 이른다. 

이같은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포도원들은 노동여건이 열악하기로 악명이 자자했다. 지난해 수확철에는 노동자 4명이 일사병으로 사망했고, 포도원 주인을 포함한 4명이 인신매매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이 포도원들은 노동자들에게 숙박시설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거리나 텐트에서 자는 것이 발견됐다. 농장에서는 점심식사로 샌드위치 하나를 지급하는 것이 전부다. 게다가 인근에서는 먹을거리를 살 곳도 없어서 주민들의 음식을 훔치기도 했다.

에페르네에 위치한 일명 샴페인 애비뉴에는 유명한 샴페인 브랜드들의 사무실이 즐비하다. 이 거리의 지하에는 수천만병의 샴페인이 보관된 것으로 알려져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거리'라고 불린다. 그러나 이 거리에서 도보로 불과 몇 분 거리에 있는 포도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잘 곳이 없어 길거리 또는 영화관 입구에서 노숙하고 있다. 

포도원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폭우가 내린 후 젖은 매트리스에 누워 잤다"며 "더 빨리 일하라는 압력을 받고 다음날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의 급여명세서에 표시된 급여는 프랑스 최저 시급보다 낮았고, 초과 근무수당은 아예 없었다.

프랑스의 법적 최저임금은 공제 후 시간당 9.23유로여서, 하루 일당은 최소 100~110유로를 받아야 한다. 또 주 35시간 이상 일하면 초과근무 수당으로 시간당 25% 추가되고, 주 43시간 이상이면 50%까지 추가로 받는다. 그러나 이곳 노동자들은 1주일에 겨우 200유로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는 포도원들이 노동자를 착취하고 샴페인 업체들이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샴페인 지역의 노동조합 총연합(CGT) 사무총장 호세 블랑코는 "포도는 1kg당 10~12유로에 팔리는데, 포도원은 사람들을 인간이 아닌 기계로 본다"며 "이것은 탐욕"이라고 비판했다. 또 일부 포도원 주인들이 "아프리카 이주민을 돕고 있다"는 주장에 "자기정당화일뿐"이라고 받아쳤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도 '유심' 무상교체 시행...김영섭 대표는 연임포기

KT는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다시한번 사과하고, 고객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5일부터 교체를 희망하는 전 고

노동부 칼 빼들었다...'런베뮤' 지점과 계열사도 근로감독

고용노동부가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모든 지점과 운영사인 엘비엠의 계열사까지 근로감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런던베이글

SPC 허진수-허희수 형제 '나란히 승진'...경영승계 '속도낸다'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면서 3세 경영승계 작업을 가속화했다.4일 SPC그룹은 이같은 인사단행

英자산운용사, HLB에 2069억 투자…"신약허가 모멘텀 탄력 기대"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LMR파트너스가 HLB그룹에 1억4500만달러(약 2069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진행한다. HLB의 간암신약 재신청과 담관암 신약허가

인적분할 완료한 삼성바이오...'순수CDMO' 도약 발판 마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절차를 마치고, 본연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순수(Pure-play) CDMO'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다고 3일 밝

[ESG;NOW] 재생에너지 12% 롯데칠성...목표달성 가능할까?

우리나라 대표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5년을 두달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

기후/환경

+

[단독] 정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률 '61%안'으로 가닥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가 '61%안'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4일 정부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

국제기후기금 97%는 기술에 '몰빵'...사회적 지원은 '찔끔'

국제적으로 조성된 기후기금의 97%는 기술투자에 투입됐고, 사람과 지역사회를 위한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3일(현지시간) 영국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IPCC 보고서 개요에 韓 입장 반영

2027년 발간될 'IPCC 기후변화 보고서'에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 포함된다.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27년 발간할 '이산화탄소 제거와

두달새 8㎞ 사라졌다...10배 빨리 녹고있는 남극 빙하

남극반도 동부의 헥토리아 빙하(Hektoria Glacier)가 기존에 관측된 최고 속도보다 10배 빠르게 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4일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 나

엑손모빌, 기후변화 부정여론 확산에 금전 살포 '발각'

석유대기업 엑손모빌이 라틴아메리카 단체들에게 금전을 살포하면서 기후변화 부정 여론을 퍼뜨린 사실이 발각됐다.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익

기후리더십 美→中으로 전환?...10일 개막 'COP30' 관전포인트

이달 10일~21일 브라질 베렘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올해 회의의 핵심 아젠다는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