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지질시대 '인류세' 공식 도입 끝내 '불발'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3-06 10:25:06
  • -
  • +
  • 인쇄
반대 66%로 국제지질학연합에서 부결
찬성 측 "지질학계 부정해도 이미 대세"
▲핵무기의 흔적을 담은 인류세 표본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크로퍼드 호수' (사진=연합뉴스)


방사능, 플라스틱, 닭뼈로 점철된 새로운 지질시대 '인류세'(Anthropocene)의 공식 도입이 결국 불발됐다.

5일(현지시간) 국제지질학연합(IUG) 산하 제4기 층서 소위원회는 인류세 도입안을 6주동안 논의했지만 반대 66%로 부결했다. 의결 정족수는 찬성 60%였는데 일부 기권표도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급 회의체인 국제층서위원회가 IUG 규정에 따라 추가 논의를 이어가지 않기로 함에 따라 인류세 도입은 일단 무산됐다.

인류세는 인간활동으로 지층에 현격한 변화가 나타남에 따라 별도의 지질시대로 구분해야 한다는 일부 과학자들의 주장으로 개념화됐다. 실제로 처음 핵실험이 시작된 1945년을 기점으로 방사성동위원소 농도에 큰 변화가 생겨났고, 한 해에만 600억마리의 닭뼈가 땅속에 묻히거나, 에베레스트산 꼭대기부터 마리아나 해구 심해 끝자락까지 플라스틱이 발견되는 등 인간에 의해 지질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

이에 지질학계는 인류 영향이 가장 뚜렷하게 확인되는 표본지(국제표준층서구역)를 찾으려고 15년간 공을 들인 뒤 표결에 들어갔다. 인류세 도입 논의를 주도한 인류세 워킹그룹(AWG)은 작년 7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크로퍼드 호수'를 표본지로 선정했다.

크로퍼드 호수는 밑바닥이 외부 환경과 완전히 차단돼 있고, 위로부터 천천히 가라앉는 침하물만 그대로 퇴적층에 쌓이고 있다. 1952년 수소폭탄 실험부터 1963년 핵실험 금지조약에 이르기까지 플루토늄 낙진의 농도,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입자들과 화학용 비료 사용량 증가로 나타나는 질산염 농도의 차이 등 호수의 퇴적층은 연도별 구분이 가능할 정도로 인간활동을 명확하게 기록하고 있다.

다만 소위원회 논의에서 인류세 도입은 성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구에 미친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핵실험 같은 단기적 사건이 아니라 훨씬 더 오래 서서히 이뤄지는 지질학적 사건이 축적돼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이번 표결이 가결됐다면 빙하기 이후 1만1700년 동안 이어져온 '홀로세'(Holocene)가 막을 내리고, '신생대 제4기 인류세 크로퍼드절'에 살게 될 예정이었다. 지질시대는 '대-기-세-절'로 구분되는데, 현재 우리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 메갈라야절'에 살고 있다.

핵무기 사용을 시작점으로 한 인류세 논의는 중단됐으나 새로운 논의가 막히거나 용어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소위원회 표결에 참여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의 킴 코언은 지질시대가 규정되든 말든 인류세는 이미 대세라고 지적했다.

코언은 "이미 인류세가 사람들 입에 붙었다"며 "학술지에서도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용어이지만 지질학계에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급

저탄소 친환경 자동차로 규정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가 실제로는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

KT 불법 기지국 4개→20개로...소액결제 피해자 더 늘었다

KT가 자사 통신망에 접속해 가입자 불법결제에 이용한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이 20개였던 것으로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불

현대차, 인니에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 개소...수거부터 교육까지

현대자동차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 일환으로 인도네시아에 지역주민 주도형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을 개소했다. 16일(현지시간) 인도네

삼성전자-삼성물산, 혈액으로 암 조기진단 美기업에 1.1억불 투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증상이 없는 사람의 혈액 채취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16일(현지시간) 1억1000만달러를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기후/환경

+

"70억달러 태양광 보조금 내놔!"...美 22개주 연방정부 대상 소송

트럼프 행정부가 70억달러 규모의 태양광발전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미국 22개 주에서 이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16일(현지시간) 롭 본타 미국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탄소감축과 자연회복 동시 추진...UNEP, 개도국에 1억불 투입

유엔환경계획(UNEP)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1억달러 규모의 국제 프로그램을 출범했다.16일(현지시

[주말날씨] 비온 후 '쌀쌀'...서울 기온 5℃까지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추워지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비는 17일 저녁 서쪽부터 내리기 시작해 밤사

기후변화에 위력 커진 태풍...알래스카 마을 휩쓸었다

미국 알래스카 해안이 태풍 할롱에 초토화됐다. 폭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500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이재민이 됐다.15일(현지시간) 알

올여름 52년만에 제일 더웠다...온열질환자 20% '껑충'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