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인권침해 휩싸인 모잠비크 가스전...韓기업과 공적금융도 '리스크'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1-29 10: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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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잠비크 LNG 프로젝트 개요 (사진=기후솔루션)

국내 언론에 해외 자원개발사업 정도로 간혹 등장했던 아프리카 '모잠비크 LNG 가스전'이 현지인의 인권침해와 기후위기를 한층 심화시킨다는 문제가 지적되면서, 이곳에 수조원 이상 투자한 국내 금융권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9일 국내 기후싱크탱크 기후솔루션은 '불가항력 선언: 기후 및 인도적 위기에 휩싸인 모잠비크 가스전 사업' 보고서를 통해 모잠비크 가스전의 인권·환경 문제와 더불어 한국 공적금융의 3조원대 지원과 민간기업의 진출 현황을 짚었다.

모잠비크 북부 카보 델가도주에 있는 로부마 분지(Rovuma Basin)에서 발견된 세계 천연가스 매장지는 최근 발견된 매장지 가운데 최대 규모로, 확인된 매장량만 150조입방피트에 이른다. 이에 총 6개의 광구로 분할돼 아프리카 역대 최대 가스전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중 한국이 관련된 곳은 1광구와 4광구다. 

그런데 이 지역은 지난 2017년부터 벌어진 내전으로 각종 인권유린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무장단체 '알샤밥(Al-Shabaab)'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차별적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 국제연합(UN) 국제이주기구에 따르면 이 내전으로 2022년 11월까지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고향을 떠났다. 이 가운데 51%가 18세 미만의 어린이이고, 28%가 여성이다.

기후솔루션은 반군 결성의 원인이 외국자본의 진출 및 투자유치를 위한 지역정부의 무리한 강제이주에 있다고 짚었다.

지역에서 천연가스와 루비 매장지가 발견된 이후, 이전부터 있었던 사회경제적 고립과 중앙정부로부터의 정치적 배제, 종교적 극단주의 등의 갈등이 심화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투자 유치를 위해 지역주민을 생계 터전에서 강제 이주시키면서 주민의 불만을 키우고 지역청년들의 반군 가담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프랑스의 글로벌 화석연료기업 '토탈에너지'는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를 위해 2016년부터 육상 LNG 단지 부지 인근에 거주하는 557개 가구를 강제 이주시켰다. 이는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지역사회에 큰 위협이 됐다.
 
내전은 LNG 가스전 사업에도 차질을 일으키고 있다. 반군은 2021년 3월 1광구인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 육상 터미널 건설현장 인근의 팔마(Palma)시를 습격했다. 이 사태에 24개국이 참전했는데 그 배경에는 토탈에너지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반군 세력이 이전보다 약해졌지만 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또 프로젝트가 강행될 경우 지역갈등에서 나아가 전지구적 기후위기를 악화시킬 전망이다. '지구의벗(Friends of the Earth) 잉글랜드'를 비롯한 해외 시민단체의 분석에 의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1광구에서만 33~45억톤에 달하는데, 이는 모든 유럽연합(EU) 국가의 연간 배출량을 초과한다. 여기에 4광구 내 코랄 노르떼 FLNG 프로젝트, 로부마 LNG 프로젝트 등 신규 프로젝트가 추진될 경우 배출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개발의 기후영향은 당사국인 모잠비크를 비롯해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들에게 특히 심각한 문제다. 모잠비크는 세계 185개 국가 중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 50위고, 기후위기 영향으로 어린이가 가장 큰 위험에 처한 국가로 세계 10위를 차지할 만큼 취약하다. 최근에는 사이클론 프레디(Freddy)로 인해 최소 180명이 사망하고 18만4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모잠비크 가스전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KOGAS)는 4광구 지분 10%를 보유하고 광구 탐사를 포함한 모든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 2023년 8월까지 투자한 비용이 총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코랄 노르떼 FLNG 프로젝트(4광구)까지 손을 대기 위해 KDI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한 상황이다.

한국의 조선사와 건설사 다수도 모잠비크 가스전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각각 8척, 9척의 LNG 운반선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으며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사업관련 운반선을 건조하기로 했다. 대우건설은 5000억원 규모의 육상 아풍기 LNG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삼성이 한쪽에선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등을 적극 홍보하면서 다른 쪽에선 2050년을 넘어서까지 화석연료를 생산 및 운송할 설비를 팔고 있는 것은 모순"이라며 "지난 2020년 삼성물산의 해외 석탄발전 사업 참여 논란으로 유럽, 미국 등지에서 삼성전자 불매 운동이 이어졌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이 모잠비크 가스전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의 막대한 공적금융 지원 덕이었다. 한국 공적금융기관들의 지원금액은 총 3조6747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런 막대한 금융을 지원하면서 이들 기관은 사업의 인권, 환경, 보안과 관련한 잠재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향후 정책대안으로 △공적금융기관의 금융지원 철회 및 청정에너지 전환 파트너십(CETP) 참여 △공적금융기관의 인권·환경 영향 및 보안위험 평가 프로세스 구축 △한국가스공사의 4광구 지분 매각 △한국 조선업계의 화석연료 관련 사업 탈피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의 주저자인 김소민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국내 금융계가 모잠비크 LNG 가스전에 투자를 지속한다면 모잠비크 내 인권 리스크 및 내란 리스크, 기후 리스크, 재무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사업참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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