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소스 만들다가 '참변'...평택 제빵공장의 안타까운 죽음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10-17 12:06:41
  • -
  • +
  • 인쇄
SPC그룹 사과문..."참담하고 죄송...재발 방지"
중대재해법 적용대상...안전수칙 준수여부 조사

SPC그룹이 계열사의 평택 제빵공장 직원의 사망사고가 발생한지 이틀만에 사과했지만 중대재해법에 의한 처벌은 불가피해 보인다.

17일 SPC는 허영인 회장 명의로 "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이어 "회사 생산 현장에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것에 대해 매우 참담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런 가슴아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사건은 SPC그룹의 계열사인 SPL의 평택공장에서 지난 15일 오전 6시쯤 발생했다. SPL은 제빵 반죽과 소스 등을 생산, 판매하는 곳으로, 2004년부터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 회사 공장에서 근무하던 여성 근로자 A(23) 씨는 1m가 넘는 배합기에 식자재를 넣어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오각형 형태의 이 기계는 A씨의 전신이 빠질 정도로 깊지 않았지만 A씨는 상반신이 내부의 소스 배합기에 끼이면서 사고를 당했다.

현장에는 A씨를 포함한 다른 직원 1명이 더 있었지만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숨진 A씨는 SPL그룹의 정규직으로, 입사한 지 2년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어머니, 고등학생 남동생과 지내며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20대 가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전선에 나선 A씨가 여의치 않은 생활 형편에도 성실히 근무하며 지내오던 중 돌연 사고를 당한 것이다.

사고 당시 현장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도 없었던 탓에 경찰은 현장 상황과 A씨 동료, 업체 관계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A씨가 기계에 끼이게 된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또 경찰은 A씨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할 방침이다.

노동부는 15일 사고 이후 작업 중지를 명령했고 현재 사업장 측의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중이다. 사고가 발생한 SPC 계열 SPL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이다.

허 회장은 전날 저녁 사고 직원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노동부 관계자들도 이날 사고 현장과 빈소를 찾았다.

SPC는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작업환경 개선, 시설투자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여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유가족 분들의 눈물을 닦아 드리고 슬픔을 딛고 일어서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해당 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경영책임자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도 해당 사고와 관련해 유감을 표하며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관련기사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