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투자금 회수한다"...英퇴직연금 네스트 폭탄선언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12-20 18:06:03
  • -
  • +
  • 인쇄
한전 등 5개사에 투자했던 4000만파운드 회수
"기후위기 악화기여, 해결하려는 노력도 안해"
▲한국전력 사옥 전경


영국 국가퇴직연금신탁 네스트(Nest)가 기후위기를 이유로 한국전력공사 투자금을 회수한다고 선언했다.

20일(현지시간) 네스트는 한국전력공사, 엑슨모빌(Exxon Mobil), 임페리얼오일(IMO), 마라톤오일(MRO), 파워에셋(Power Assets) 등 5개 기업에 투자했던 총 4000만파운드(약 63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네스트는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 영국 노동연금부가 개설한 공공 퇴직연금사업자다. 네스트는 영국 노동자 1000만명이 가입돼 있고, 자산운용규모가 200억파운드(약 31조원)에 이르는 '큰손'이다.

네스트는 5개 기업의 투자금 회수 이유를 "이 기업들이 기후위기를 악화시키고 있고,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에 방해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네스트의 책임투자부서 차장 카타리나 린드마이어(Katharina Lindmeier)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 5개 회사는 우리가 주주로서 남을 수 있도록 납득시키는 데 실패했다"며 "저탄소 경제를 준비하는 데 있어 확연한 진전을 보일 때까지 우리 투자 포트폴리오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스트는 현재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운용하는 기후펀드를 통해 이 5개 회사에 투자해왔다. UBS의 기후펀드 규모는 90억파운드(약 14조원)에 달한다. UBS는 네스트의 결정에 따라 이 5개 회사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할 예정이다. UBS는 처분할 주식의 규모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기후위기를 이유로 투자회수를 감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BS는 지난 3년간 49개 석유 및 천연가스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성과에 대해 꾸준히 논의해 왔다. 이번에 투자회수를 결정한 5개 기업은 이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뒤쳐지는 기업으로 평가됐다. UBS의 테마주 관여 및 협력부서 대표 프란시스 콘돈(Francis Condon)은 "우리는 지난 3년간의 기업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대처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시간을 제공했다"며 "하지만 유의미한 진척사항이 없는 경우 우리가 나서 무언가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네스트와 UBS의 결정은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지난 10월 세계 5위 연기금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은 화석연료와 관련해 보유하고 있는 150억유로(약 20조원) 규모의 자산 전부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 3번째로 큰 연기금인 뉴욕주 일반 퇴직연금(New York State Common Retirement Fund)도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계획이 없는 기업의 주식을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네스트는 이번 투자철회 선언과 더불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25년까지 네스트가 공개적으로 거래하는 상장기업들의 주식 및 채권상품의 탄소발자국을 30%를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카타리나 린드마이어는 "우리는 우리 고객들을 위해 기후변화 관련 위험조정수익률에서 앞서나가고 싶다"며 "우리의 새로운 기후목표는 네스트가 단순히 미적거리고 있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 4명으로 좁혀졌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및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고 2일

[최남수의 ESG풍향계] 조정기간 거친 ESG...내년 향방은?

올 한 해 ESG는 제도적으로 조정기간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SEC(증

'개인정보 유출' 쿠팡 수천억 과징금 맞나...SKT 사례보니

쿠팡이 3370만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생겼다.2023년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법 위

기후/환경

+

英, 모잠비크 가스전 11.5억달러 지원 철회...기후위기 위험 때문?

영국이 11억5000만달러, 우리돈 약 1조6876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모잠비크 천연가스 프로젝트 지원금을 철회했다. 1일(현지시간) 피터 카일 영국 기업부

남극 오존층 구멍이 작아지고 있다...6년來 최저 크기

남극 오존층 구멍이 최근 6년 내에 가장 작게 형성됐다.1일(현지시간) 유럽의 지구관측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올해 남극 오존

[날씨] 칼바람에 한반도 '꽁꽁'...3일 체감온도 -12℃로 '뚝'

2일 한반도로 유입된 북서풍의 영향으로 기온이 급속하게 떨어지면서 최강한파가 찾아오겠다.이날 아침 중국 북부에서 확장된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탄소제도 공유하는 국제연합 출범..."각국 운영경험 교류협력 기구"

전세계 규제기반 탄소시장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연합체가 공식 출범했다.1일(현지시간) 미국 E&E뉴스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메탄 뿜뿜하는데...캐나다 '가스플레어링' 규제 '뒷짐'

캐나다 앨버타주가 석유·가스 시설의 가스플레어링 단속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1일(현지시간) 월드에너지뉴스(Wor

무엇이 PPA 활성화 가로막나...韓기업 실무자들의 답변은?

국내 RE100선언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Power Purchase Agreement)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망 이용요금 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