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세상 속으로 #5. 하나님의 세계로
[에세이]세상 속으로 #5. 하나님의 세계로
영성과 선교_2
  • 김혜미
  • 승인 2019.03.08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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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조르노!"

버스에 오르며 아침 인사말을 배웠다. 반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어쩐지 기사 아저씨는 시큰둥하다. 버스는 생각보다 좋았고 날씨는 생각보다 제법 추웠다. 오늘은 최초의 수도원이라 할 수 있는 몬테카시노 수도원에 이어 카사마리 수도원을 방문한다고 한다

몬테카시노 수도원은 수업 시간에 내가 발제를 맡아서 조사했던 곳이라 괜히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519m 높이의 산 중턱에 위치한 수도원은 서양 수도원 운동의 아버지라 불리는 베네딕토가 세운 곳으로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파손되었다가 재건됐다

베네딕토 수도사는 성찬을 받은 후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펼쳐든 자세로 죽음을 맞이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모습을 표현한 조각상의 사진도 미리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고 방문하는 길이었다

이 얼마만의 파란 하늘이던가. 화려한 수도원 안에서 우리도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기만 했다.
이 얼마만의 파란 하늘이던가. 화려한 수도원 안에서 우리는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기만 했다.

로마를 조금 벗어나니 이탈리아의 자랑이라는 햇살이 우리를 반겼다. “이렇게 해가 떠 있으면 마음이 울적할 수가 없죠!” 선교사님의 말이 정말 맞다. 나폴리로 향하는 이 길의 이름도 ‘태양의 고속도로라고.

이탈리아의 국민소득은 우리나라보다 높지만, 막상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팍팍하게 살아간다고 한다. 그런데도 날씨 탓에 기죽지 않고 살아간다는 얘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그동안 한국에서 미세먼지로 적잖이 고통을 받다가 이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보자니 마음속 켜켜이 쌓였던 먼지들이 한 방에 흩어져 맑아지는 것만 같았다. 은혜로다!

우리는 태양의 고속도로를 달리며 요한복음 316절의 말씀을 함께 묵상했다.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인간은 그 아름다운 세상을 단단히 망쳐놓았다.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처럼, 우리의 세계는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

교수님은 우리의 신앙에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나 중심의 세계로부터 하나님의 세계로 옮겨가야 한다는 그 이야기가 무거운 도전으로 다가왔다. 내 좁은 세계를 벗어나질 못한다는 것에 직면하는 요즘이기 때문이다. 나의 삶에는 항상 경계가 분명했다. 그 경계를 뛰어넘지도 허물어 버리지도 못한 채로 여기까지에 이르렀다. 이제 이 길 위에서 한 걸음 더 하나님의 깊고 풍성한 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될까?

ZONA SACRA. 높은 산 위에 위치한 몬테카시노 수도원의 입구에서 이런 문구를 봤다. ‘거룩한 지역'이라는 뜻이다. 항상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이라고 했는데 그날따라 주차장이 텅 비어 있었다. 수도원의 고요함을 느끼기에 최적의 조건이었지만, 우리의 마음이 고요함에 이르질 못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보았기 때문인지, 그동안 사역으로 분주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를 만끽하느라 그랬던 건지, 우리 모두 수도원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기에만 바빴다.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내려다보이는 마을의 풍경. 수도원 밖의 세상에서도 고요함을 느낀다.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내려다보이는 마을의 풍경. 수도원 밖의 세상을 바라보며 고요함을 느낀다.

어쩌면 그곳이 우리가 상상하고 기대했던 수도원의 이미지와 너무 달라서였는지도 모른다. 경계를 넘어 거룩한 지역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느끼기에 수도원은 너무나 화려했고 베네딕토가 창시한 수도원 운동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두 번째로 들린 카사마리 수도원에서는 때마침 장례 미사가 진행 중이었어서 잠시 들렸다가 나왔을 뿐, 거기서도 하나님의 깊은 세계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다시 민박집으로 돌아와 불고기 반찬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하루의 감상을 나누다 보니 다들 무언가 아쉬웠던 모양이다. 이제 겨우 이틀째니 아직은 한국의 시간에 몸이 익숙할법하다. 8시를 넘기면서 하나둘 눈이 감기기 시작했지만, 잠을 이겨내고 다음 날 먹을 점심 도시락으로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마쳤다. 그렇게 함께 샌드위치를 만들면서 오늘의 아쉬움을 잊어버렸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니!

 

*장신대 신대원 선교현장실습 수업(2018-2학기)으로 유럽에 다녀온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번 현장실습은 '영성과 선교'를 주제로 지난 1월 14일부터 25일까지 이태리 로마, 아시시, 토리펠리체, 스위스 제네바, 프랑스 떼제, 파리 등에서 진행됐고 이후 영국 런던, 체코 프라하, 독일 베를린 등을 방문하며 혼자 일주일의 시간을 더 보냈습니다.

 


김혜미 Dorem

숭실대 기독교학과를 졸업했고 한국기독공보에서 6년 2개월간 취재기자로 일했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언제 빨간 토마토가 돼요?를 썼고 매일 야구 중계를 챙겨보는 두산베어스의 열혈 팬이다. 삼십 대 후반의 미혼 여성, 지금은 목사후보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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