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세상 속으로 #4. 영성과 선교_1
[에세이] 세상 속으로 #4. 영성과 선교_1
  • 김혜미
  • 승인 2019.02.26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돈은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가?'

신대원 3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시험은 자신의 신학적 물음에 대한 응답을 쓰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돈'에 대한 내 생각을 풀어놓는 것으로, 3년의 학업 과정을 모두 마쳤다. 결코 쉽지 않았던 3년이었다. 몸에 밴 것들을 털어내고 달라진 자리,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흔들리며 헤매기도 많이 했다.

그런데 그 마지막 시험이 끝나고 신기하게 복잡했던 모든 것들이 명료하게 정리되면서 내 자리를 찾는 기분이 들었다. 이 과정을 끝까지 마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감격스러운 마음이 일었다. 마지막 시험을 마치고 평소에는 잘 찾지 않았던 도서관과 기도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졸업을 앞두고서야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꼭 청개구리 같다. 이제야 좀 비워졌나 보다.

마지막 기말고사까지 마쳤지만, 아직 한 가지 과정이 더 남아있었다. 선교현장실습 수업으로, 유럽에 다녀오는 일이었다. 갑상선 여포종양이 발견되면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졸업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춘다는 심정으로 의사의 허락을 받고 수술도 미뤘다. 20명의 팀원과 11박 12일을 함께 하고 혼자서 7일을 더 도는 여정, 힘에 부치는 일정이었지만 무사히 잘 끝내고 졸업식까지 다 마쳤다. 이제 정말 졸업을 했다.

미국 미네소타에서 있었던 다문화목회 인턴십, 케냐 우간다 에티오피아로 다녀온 해외인턴십, 그리고 마지막 유럽선교현장실습까지. 어쩌다보니 신대원 재학 3년 동안 겨울방학마다 현장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 유럽 수도원 탐방을 중심으로 이뤄진 이번 선교현장실습의 주제는 ‘영성과 선교’였다. 학기 중에 함께 읽었던 책의 제목대로 '흔들리며' 걸었던 길. 그 매일의 기록을 나누고자 한다.

졸업앨범 사진은 안찍었어도, 졸업식에는 갔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 "아주 칭찬해!"
졸업앨범 사진은 안찍었어도, 졸업식에는 갔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 "아주 칭찬해!"

#첫째 날_2019년 1월 14일(월)

오전 7시,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길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자욱한 안개만큼이나 정신도 혼미했다. 피로가 계속 누적된 탓이었다. 분명 많이 기대하며 기다려온 일정이었는데 막상 출국을 앞두고는 너무 분주했던지라 여행의 설렘을 느낄 겨를도 없이 로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마터면 로마의 첫인상도 제대로 느끼지 못할 뻔했다. 가뜩이나 피곤한 상태에서 한국 시각으로 한밤중에 도착했기 때문에 비몽사몽이었다. 그런데 세상에! 입국심사대를 지나려는데 반가운 태극기가 보였다.

한국에서나 가능했던 자동출입국심사대(E-Gates)를 여기 로마에서도 지나게 될 줄이야. 나중에 알고 보니 EU 국가 국민만 이용 가능했던 이 E-Gates를 작년부터 한국, 미국, 호주 세 나라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로마가 우리를 이렇게 환대해주다니!

단 1분 만에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 나오니, 이번 여정 동안 우리 팀을 인도해주실 전순섭 선교사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한인 민박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다시 스르르 잠들었다가 버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눈을 떴는데, "도시 전체가 유적이네요!"라며 감탄하는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다.

로마에서의 첫 식사는 피자도, 파스타도 아닌 삼계탕이었다! 놀람의 연속이다. 젓갈 향이 가득한 김치와 고소한 시금치까지 입맛을 돋우었다.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가장 큰 방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첫 모임을 했다. 교수님은 한국에서부터 이번 선교현장실습의 키워드로 제시하셨던 '자유'와 '진지함'을 한 번 더 상기시켜주셨다.

“영성은 우리 자신을 말하는 것”이라는 교수님의 말대로라면 이번 여정을 통해 나의 가난한 영성이 바닥까지 드러날 것 같아 은근 걱정이 됐다. 자유롭게, 또 진지하게! 이번 여정을 통해 나의 존재가 한 뼘 성장해가길 바랄 뿐이다.


김혜미 Dorem

숭실대 기독교학과를 졸업했고 한국기독공보에서 6년 2개월간 취재기자로 일했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언제 빨간 토마토가 돼요?를 썼고 매일 야구 중계를 챙겨보는 두산베어스의 열혈 팬이다. 삼십 대 후반의 미혼 여성, 지금은 목사후보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