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배우 이아린의 'the story' #21. 세계 최대 지옥, 그런데..
[에세이] 배우 이아린의 'the story' #21. 세계 최대 지옥, 그런데..
  • 이아린
  • 승인 2018.11.24 22:3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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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을 보았다.

두 눈을 뜨고 생생하게 본 지옥의 현장.

정말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았다. 온갖 쓰레기가 다 모이니 쌓이지 않게 계속해서 쓰레기를 태우는 그 들.

눈을 바늘로 찌르는 듯 하는 매우 자욱한 연기와, 숨을 쉴 때마다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파리와 매연, 그리고 악취. 아주 지독한 악취.

그들은 구더기가 드글 거리는 상한 죽은 소를 서로 손으로 떼어 가져갔다.

물은 오염된 수준을 넘어 살면서 본적도 없는 검은 물, 분명한 검은 색이었으며, 그 웅덩이들 안에는 무엇이 잠겨있는지, 직접 손을 담가 보지 않는 이상 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린 아이들은 신발도 없는 상태에서 깨진 유리조각 위를 뛰어다녔고, 음식물 쓰레기를 찾아 헤맸다. 곰팡이가 나고 파리 수 백 마리가 달려든 그 쓰레기들을 입으로 가져가 넣었다.

어린 아이들의 눈은 너무나 해맑고 밝았으나 그 곳의 분위기는 정말 생지옥 같았다.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연기가 앞을 가렸고, 나는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정말 죽겠구나 싶었다.

이들 삶의 비참함을 알리고 많은 분들께 후원 받아 이들이 조금이라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카메라에 이 현실을 담아 알려야 하는데 아예 입조차 뗄 수가 없었다

머리가 바늘 천개로 찌르는 듯이 너무 아팠고, 눈은 너무 따가워서 뜰 수가 없었다.

도움이고 뭐고 일단 나부터 살아서 나가고만 싶은 이기적인 못된 생각에 내내 시달렸다

온갖 쓰레기 마을 중 악명 높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고, 도저히 이 세상 같지가 않아서 무슨 전쟁영화 속에 들어 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아주 간신히 가장 가난하다는 가정을 만나, 그 들이 도움 받을 수 있도록 인터뷰하고 촬영했는데 한 아빠가 세 명의 아이를 정말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 치열하게 키우고 있었다.

그 남자 분이 말하길, 아내는 3년 전에 죽었고, 아이들은 아직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밥을 손으로 허겁지겁 먹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눈물을 흘리셨다. 아이들은 아빠가 너무 말랐다며 울었다. 서로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왔다.

아빠는 온갖 고된 일을 통해 어깨가 무너졌고, 손가락이 휘었다. 그래도 아이들 학교를 보내고 싶다며, 자식들이 나처럼은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계속 우셨다.

그런 그들을 잠시 뒤로 한 채, 일단 점심시간이 되어 잠시 그곳을 나왔다

나오자마자 내가 향한 곳은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였다. 머릿속에는 너무 충격적인 잔상들이 떠나지를 않아 괴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가진 전부를 나누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숙소로 가자마자 캐리어를 열어젖히고 미친 듯이 나눌 것들을 찾았다.

다 나누어야 한다. 내가 가진 것 모두 다..’

아직 탄자니아 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알비노 아동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 후원물품을 이들에게 다 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 들의 삶을 보면 너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어, 탄자니아 알비노에게 줄 물품들 중에 일부를 조금 떼어내었다.

너무 모자라면 사비로라도 채울 생각에, 이 쓰레기 마을 아이들에게 나눌 것들을 챙기면서도 또한 하나님이 무조건 채워 주실 거라는 확신이 들어 급한 마음만큼이나 손도 빠르게 움직였다.

다시 출발해서 중간에 밥을 대충 먹고, 그 에스더 가정에 선물할 후원물품을 더 구입하여 다시 쓰레기 마을로 향했다.

가면서도 또 두려운 마음이 밀려왔다. 가기 싫은 마음.. 깨끗하고 쾌적한 곳에 머물고 싶은 마음...

사실 나는 평소에 예수그리스도를 위해 받는 고난이 단 하나도 없어서, 아프리카에 간다고 했을 때 드디어 기회가 왔나 싶었었다. 그래서 각오하고 아프리카 영혼들을 내 몸 던져, 최선을 다해 잘 섬기나 싶었더니 이 조차도 해내지 못하는 내 진짜 모습을 보니 정말 하염없이 비참했다. 입도 못 열고 온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져 있는 나 자신을 보니 하나님 앞에 너무 부끄러워서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내가 여기까지 왜 왔는가. 놀러 온 것도 아니고 편하자고 온 것도 아닌데 나는 왜 그렇게 이 곳이 두렵고 11초도 참지 못하는 것인가. 대체 나는 평소 무엇에 감사하며 살아왔던 것인가.

할 수 만 있다면 피하고 싶었고,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나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생각하니 다시 이가 뿌득 뿌득 갈렸다.

다시 해보리라. 가서 무엇이든 하리라. 이대로 물러서지는 않겠다며 씩씩거리고 앉아있었다.

점점 밤이 다가올수록 전기가 없는 이들은 어둠 속의 좀비 같았다.

쓰레기를 태우는 불은 더 빨갛게 피워졌고, 우리를 태워 온 렌터카 기사님도 얼굴이 퍼렇게 질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여긴 더 위험할 것이고 여기의 이 무질서 가운데서 굶주림에 찌든 이들이 차 안에 있는 우리의 물품들까지 눈으로 봤기 때문에, 도둑질 할 것이고 점점 몰려들 것이라고 말하는데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두려움이 어마어마한 만큼이나 이상하게 그 순간, 예수님께 내가 얼마나 그 분을 사랑하는지 고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사랑한다고 고백해주시는 그 분께 오늘만큼은 정말 내가 고백하고 싶었다. 정말 예수님,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나도 사랑하겠다고..

솔직히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남편에게 유서 비슷하게 문자를 보냈다.

나같이 나약하고 겁 많은 자가 그 분을 대체 얼마나 사랑하기에 그렇게 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보여드리자 싶었고,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 순간부터 두려움이 점점 설렘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예수님을 너무 사랑하니까 여기에 있는 영혼들을 보는 나의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고, 이 쓰레기 더미 위에서 예배를 드리는 크리스천들이 있다고 해서 성경책과 물품을 들고 찾아갔다.

아주 깊숙한 곳에 모여 있었는데, 너무 놀란 것이 그곳은 같은 쓰레기 마을인데 공기가 달랐다. 숨이 쉬어졌고 그들의 표정은 이 곳과 전혀 다른 세상사람 같았다.

갑자기 이 피디님께서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좋은 메시지를 전하라고 하셨다.

순간 간증이고 뭐고 내 소개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어 다짜고짜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역을 이야기하고 우리의 믿음을 기쁨으로 확증하며 찬양하자고 하니, 다들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뜨겁게 찬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끝나나보다 했는데 갑자기 하나님이 강력하게 내 마음에 부어주신 마음은 이들에게 회개를 시키라는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갑작스러운 마음에 너무 당황스럽고, 점점 더 밤이 어두워져서 촬영도 더 불가능한 상황인데 아직 촬영분량까지 더 남아있어서 굉장히 다급한 상황인데 거기에 회개까지 촉구하기가 무척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순간 성경 속에 사무엘이 생각났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하나님의 음성에만 순종하던 사무엘이 생각나서, 촬영 팀과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회개기도를 요청하며, 거짓말 한 것, 서로 미워한 것, 하나님을 거부하고 스스로 하나님 자리에 앉으려 했던 모든 것을 회개하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용한가 싶더니, 하나님께서 통역을 해주시는 지부장님 마음도 만져주셔서 그 분 또한 뜨겁게 진실로 통역하고 기도하기 시작하니, 점점 모두의 기도가 놀랍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은 울며불며 하나님께 기도하고 고백하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들이 정말 놀라웠다. 그렇게 예배가 끝난 후 마지막으로 오전에 만났던 에스더 가정에 후원물품을 전달하러 갔는데 그 아버님이 더 이상 거짓말 못하겠다며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하셨다.

사실은 아내가 살아있는데 어떤 분이 거짓말을 해야 돈을 받아낼 수 있다며 거짓말을 시켰는데, 이 분이 아까 기도 후 도저히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에 거짓말을 한 것이 마음에 심하게 거리껴,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하나님을 진심으로 신뢰하고 믿는다며 울먹이는 아버님 얼굴을 보며, , 하나님께서는 이 분이 거짓말해서 도움받길 원하지 않으시는 구나,

정말 깨끗한 손과 마음으로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보길 원하시는구나 싶어서 마음에 커다란 감동이 밀려 왔다.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고 그 분의 이끄심대로 따라간다면 우린 정말 놀라운 기적을 볼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사람이 생각하기에 일반적이지 않으면 순종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가 누굴 믿겠는가.

한 달 전에 했던 고민도 어떤 고민이었는지 제대로 기억 못하는 우리가,

오래전에 마주쳤던 사람 이름도, 몇 달 전에 갔던 식당의 간판 이름도 헷갈리는 우리가, 어찌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믿지 않고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믿을 수 있겠는가.

아프리카에서의 하루는 한국에서의 한 달 같았다. 너무 깊고 많은 일 들 가운데 정신없었지만 정말 행복했다.

일상에서 만나던 하나님을 더 특별하게 누릴 수 있던 시간.

벌써 그리운 케냐! 참 멋진 곳을 만들어 주시고 그 땅을 허락해주시고 나같이 부족한 자가 감히 그 영혼들을 품을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총 동원하여 나를 아프리카로 보내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다음편에 아프리카 (탄자니아) 스토리 마지막 편이 이어집니다-

 

(#사진출처)

함께하는 사랑밭, 이 성관, 백 광순, 최 은미, 나 기차, 조세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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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디니 2018-11-26 02:56:43
하나님의 일하심과 역사하심이 너무 크고 놀랍고 위대합니다!!ㅠㅠ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크시고 그 일하심은 너무나 섬세하시고 인자하시고 선하시네요..ㅠㅠ
하나님에대한 사랑으로 하나님이 사랑하니 하나님이 사랑하는 그 모든것을 사랑한다라는 말이 ㅜㅜ 너무 저를 부끄럽게도, 또 도전되기도 합니다.. 케냐의 쓰레기마을에서 어려움가운데 살아가는 그들도 우리와 동일하게 사랑하시는 하나님이신데 ㅜㅜ 너무 하나님의 마음에 무관심했던 저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아린배우님을 통해 알게된 아프리카의 영혼들을 위해 함께 더 기도하겠습니다

김은혜 2018-11-25 01:14:19
정말 읽으면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얼만큼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동시에 모든 일에 중심이 되어야할것은, 가장 중요한 일은 그 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하나님이 사랑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생명다해 나눠주신 귀한 글 감사합니다..!

어여쁜자야 2018-11-24 23:34:17
나의 죄 때문에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분인데 나는 과연 주님을 위해 받은 고난이 하나라도 있었을까... 혹 있었더라도 과거에 그것을 그저 밀린 숙제하듯 해나아가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득 제 마음에 어려움과 두려움 대신 앞으로 주님을 위해 받는 고난이 오면 당연한 마음으로 받겠다고, 기쁨으로 즐거이 받겠다고. 고백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시는 주님.. 그 어려운 상황과 환경속에서도 아린배우님께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않게 해주신 주님이 너무나 멋있으시고 또한 주님께서 주신 마음에 순종하고 나아가는 아린배우님도 정말 닮고싶어요. 이렇게 에세이를 통해 많은 이들의 아픔을 알게 해주시고 그들의 삶도 같이 기도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