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유선 웹소설] 부끄러움을 감추다18
[구유선 웹소설] 부끄러움을 감추다18
부끄러움으로부터 자유, 홍성사 출간
  • 구유선
  • 승인 2019.02.13 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소설은 구유선 작가의 심리소설 《부끄러움으로부터, 자유》를 새롭게 각색한 내용이다. 구 작가는 감춰왔던 수치가 곪아 터지며 시작되는 고통과 아픔을 형상화 하면서 ‘부끄러움’이라는 인간의 본능을 들춰낸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조직, 부끄러움을 감추고 사는 관계, 부끄러움도 극복하는 신앙의 힘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재미있는 에피소드에 심리 이론이 들어간 새로운 형식의 문학을 즐겨보시길 바란다. –편집자주

어린 시절, Y에 대한 좋아하는 감정에 사로 잡혀서 그런지 본능적으로 하게 되는 비교의 감정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늘 같이 있고 싶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런 모양이었다. 왜 그렇게 좋아했을까? 하지만, 그 좋아함은 너무나 일방적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Y의 세계를 들여다 보면서 Y가 나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것은 싫었다. Y 또한 나의 세계가 궁금했을 터인데, 이런 내 세계를 묻지 않는 한, 나는 Y가 나에 대해 궁금히 여기지 않는다고 스스로 믿어버렸다. Y 입장에서 보면 친구 사이인데 어떤 방식으로든 공평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의 세계를 공개하는 순간 그 차이는 너무 나 커서 보여줄 수가 없었다. 무의식적으로라도 나의 삶과 Y의 삶을 비교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 나였다.

아파트에 사는 Y와, 천막집에 사는 나, 늘 안정적으로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Y와, 부모님의 부재 속에서 살아가는 나, 무엇이든 지지와 격려를 받는 Y와, 모든 선택을 혼자 해야하는 나, 방학이 되면 시골에 내려가 지내느라 친구를 사귈 수 없었고 방학이 끝나면 다시 도시로 돌아와 학교를 다녔으니까 나는 어디를 가나 친구를 깊이 사귈 수 없는 이방인이기도 했다. 나에게는 언니와 오빠들이 친구고 형제고 엄마고 아버지였다. 부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처한 현실에서는 부모님 이 늘 없었다. 어려움이 올 때마다 모든 일을 알아서 판단하고 선택하고 처리해야 하는 외롭고 고독한 아이였다. 이런 이방인에게 최초의 친구가 생겼다. 그 감정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3년 동안을 다른 학교를 다니고 있음에도 해년마다 생일을 챙겨주었다. 입시를 치르고 나는 국문학과를 지원해서 들어갔고, Y는 예술대학교를 지원해서 들어갔다. 연락이 끊기까지 나는 Y와 늘 붙어 다녔다.

Y와 나는 어떤 때는 사이가 아주 좋았고 어떤 때는 싸웠고, 어떤 때는 서로 몇 년 동안 관계를 끊었고, 그랬다가 다시 만났고,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면서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오산과 용인 사이라는 한 지점에서 11킬로, 15분 밖에 안 걸리는 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서로 다시 가까워졌다. Y는 이제 화이트 빛깔의 멋진 피아노는 뒷방 시어머니처럼 잘 모셔져 있을 뿐, 가야금은 어디에 세워져 있는지 기억나지도 않을 만큼, 30년이 지난 지금, 살림 잘하고, 요리도 잘하는 푸드 아티스트가 되어 있지 않은가! Y는 남편을 의지하면서도, 남편을 자기 맘대로 움직이고 싶어하는, 자식들을 손 안에 움직이는 고상한 주부가 되어 있지 않은가! 고상한 주부가 된 것은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 애를 써왔다는 것이었다.

Y가 꾸어준 대로 나는 뒷방에서 공상을 즐기고 풀어대고 타인의 공상을 읽어주고, 모방해서 써대는 문학가가 되지 않았던가? Y에 대한 내 꿈은 내 꿈일 뿐이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무엇이 되었든, 아무 것도 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친구로서 충분하지 않은가? 이즈음 서로에게 솔직한 친구가 되지 않았던가!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나의 또 하나의 꿈은 Y와 나란히 예쁜 집 두 채를 지어서 한쪽에서는 내가 살고, 그 옆에서 Y가 사는 거였다. 그 꿈이 또 꿈으로만 끝날지언정..... 내 마음의 가족이 되어버린 Y 옆에 나는 평생 남아 있을 친구라는 사실이었다.

Y에게 연락이 오지 않아도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Y에게 연락을 했다. 화가 풀렸는지 안 풀렸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Y의 목소리는 늘 시큰둥했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난 후, Y는 나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해 왔다. 또 싸우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긴장을 한 채로 나는 Y를 만났다. Y가 내게 말했다.

"엄마가 많이 아프셔, 하늘나라로 가실 것 같아!”

Y의 목소리에서 슬픔이 묻어 있었다. Y의 아픔이 내게로 전해져 왔다. 1년 전에도 시어머니를 떠나보내지 않았던가! 나는 많이 지쳐 보이는 Y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긴장은 사라져 있었다. 여전히 우리는 30년지기 친구였다. 예전처럼, Y가 고통스러운 현실에 처해 있을 때 멀리하거나 연락을 끊는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마음에 새기고 새기면서 나는 진심으로 말해주었다.

“그 동안 힘들었구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